지중해,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운하 중 하나인 수에즈 운하의 교통을 거대 컨테이너 선박이 가로막고 있다.
대만 국적의 22만 톤 급 선박인 ‘에버그린’이 23일 오전에 강한 바람과 모래 폭풍에 통제를 잃고 대각선으로 운하의 경로를 막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버그린을 소유한 준설 기업인 보스칼리스의 CEO는 컨테이너 등을 임시로 옮겨 선박의 무게를 줄이고, 운하 주변의 모래와 진흙을 제거하며, 예인선을 부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에즈 운하의 양방향 교통이 전면 중단되고, 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음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상품, 석유, 곡물 등을 실은 선박의 도착일이 일주일 이상 늦어져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정체된 전 세계 교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몇몇 기업들은 아예 아프리카 등의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 측은 현재 8대의 예인선을 동원해 에버그린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에버그린은 길이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에 해당되는 400m에 총 156개의 대형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거대 선박이다. 수에즈 운하의 CEO인 피터 버도우스키는 네덜란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몇 주가 걸리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거대한 해변의 고래와 같습니다. 엄청난 무게가 모래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우리는 컨테이너, 기름, 물을 배에서 빼내어 무게를 줄이고, 예인선과 모래 준설 작업을 병행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 선적 컨테이너 물량의 약 30%가 매일 193km 길이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데, 이는 전 세계 모든 상품 교역량의 약 12%에 해당된다.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들 외에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예정이던 87만 톤의 원유와 67만 톤의 청정유 제품(휘발유)을 실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적을 가진 유조선 16대의 운항이 지연되면서 물류대란, 유가상승, 해상운임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