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된 줄리안 어산지

미국 정부에게 불리한 기밀 문건을 공개한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가 2,487일의 망명 생활 만에 체포됐다.

 

2017년 5월에 취임한 에콰도르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국제기구들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어산지의 망명 지위가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지난 7년간 어산지에게 거주 공간을 제공한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은 현지 기준으로 11일에 에콰도르 정부가 그의 망명 지위를 철회함에 따라 퇴거를 요구했다.

 

런던 경찰국은 성명을 발표하고, 어산지가 2012년 6월 29일에 웨스트민스터 치안 판사 법원에 출두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당국은 2016년에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 유출을 포함한 여러 기밀 문건 공개에 대해 어산지를 기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스웨덴도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한 조사를 원하고 있다.

 

영국 당국은 보석 중에 행방을 감췄다는 이유로 어산지의 기소를 원하고 있으나, 어산지는 영국 법원이 자신에게 공정한 항변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산지의 체포를 명령한 마이클 스노우 판사는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2016년 당시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탈락시키고 힐러리 클린턴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시키기 위해 고위 관계자들이 공모한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공개했던 위키리크스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의 해커가 민주당전국위원회 서버를 해킹한 후 위키리크스에 이메일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이 담긴 압축 파일(파일명: 7dc58-ngp-van.7z)의 메타데이터는 2016년 7월 5일에 미 동부시간 18시 39분 2초에 전송을 시작해서 18시 53분 17초에 초당 23MB의 속도로 전송이 완료된 사실을 가리키고 있어 러시아로부터의 해킹이 아니라 내부자의 USB 드라이브를 통한 다운로드로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민주당전국위원회 직원인 세스 리치는 사건 5일 후 새벽에 길거리에서 등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경찰은 그의 사망을 단순한 강도 사건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용의자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어산지는 민주당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을 세스 리치로부터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언론사인 NBC/MSNBC는 어산지의 체포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를 칭찬하여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음을 시사하면서,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언론의 자유를 가장한 불법 행위라고 비난했다. 영국의 스노우 판사는 어산지가 ‘자기 도착증 환자’라고 말했다.

 

호주 출신의 유명 언론인 존 필저는 “줄리안 어산지를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끌어낸 영국 경찰의 행동과 이 잔혹함을 허용한 에콰도르 정부의 국제법 위반은 가장 기본적인 당연한 정의에 대한 범죄입니다. 이것은 모든 언론인에게 주는 경고입니다”고 항의했다.

 

위키리크스도 에콰도르 정부가 국제법을 어기고 어산지의 정치적 망명을 불법적으로 종료했다고 비난했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는 외국 정부의 기밀을 빼오는 데 관여하지 않으며, 언론사로서 알 권리의 차원에서 제공된 문건을 사실 확인 후 공개할 뿐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영국 법원이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승인할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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