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속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석유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경을 넘은 러시아는 역설적이게도 대 러시아 제재로 발생한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 덕분에 석유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서방이 경제 제재를 무기로 들고 나왔지만, 러시아는 이미 석유 수출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지난 29일에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서방과 러시아의 에너지 싸움에서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원유와 정제 연료 분야에서 수출이 폭등하고 있는 러시아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 공급량을 줄일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국제금융연구소 부소장인 엘리나 리바코바는 “러시아에 현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올해 7월까지 석유와 가스 수출로 790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 가운데 약 740억 달러가 석유 수출이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7월에 하루 740만 배럴의 원유와 경유, 휘발유 등의 제품을 수출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연초와 비교하면 하루 60만 배럴 감소에 불과하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월평균 석유 매출은 200억 달러로 작년의 월평균 146억 달러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선박 추적 기업인 보텍사(Vortexa)의 데이터 상에서 러시아는 8월 선적량이 다시 증가세에 있다.
전 러시아 에너지 분석관이자 관리인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세계가 석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아무도 하루에 750만 배럴의 러시아 석유와 석유 제품 수입을 금지할 만큼 용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 태평양 동맹국들은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을 줄였지만,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제재 참여를 거부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동 국가들은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된 러시아산 원유가 사우디의 발전소에서 태워지거나 아랍에미리트 항구인 푸하이라에 보내진 다음 이란산 석유와 혼합된 후 미국의 정제소로 수출되곤 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수석 경제 고문인 올레그 우스텐코도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글로벌 세탁 작업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원유가 외국의 정유 공장으로 보내진 후 미국이 휘발유로서 수입합니다.”
“일단 석유가 다른 제품으로 정제되면 제재를 어기지 않고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최근 노드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한 유럽의 가스 공급을 3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한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에 대해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대 러시아 제재로 인해 파이프라인 관리를 위한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로 인한 기술적 문제를 제외하면, 공급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