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도에 실패한 나이지리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도에 실패한 나이지리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한 나이지리아가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나이지리아가 2021년 10월에 도입한 CBDC인 e나리아(eNaria)의 진행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인들의 CBDC 수용이 “실망스럽게도 낮다”라고 적고 있다.

 

e나리아는 정부가 발행하는 종이 법정 통화와 동일한 가치를 가지며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에서 발행한다. 도입 첫 25일 동안 지갑 다운로드가 50만에 이르는 등 성공 조짐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운로드 수가 줄어들어 2022년 11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86만 회에 그쳤다.

 

“초기 이후 e나이라 거래의 총 수(약 802,000건)은 e나이라 지갑 수보다 적다. 즉, 현재 지갑 보유자의 대부분이 지갑을 처음 연 후 한 번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e나이라는 일반 국민들뿐만 아니라 소매점 유치에도 실패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e나이라의 실패가 은행 계좌 소유자에만 이용을 허용했던 초기 정책에 있다고 보고, 거래 한도와 잔액 한도를 적용하여 비은행권 인구와 인터넷 사용자로 범위를 확대하는 계층형 KYC 시스템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은 e나이라를 모바일 머니 시스템과 통합하여 사회적 현금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매점 채택을 늘리기 위한 현금 리베이트와 같은 혜택 제공을 권고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CBDC 발행 초기에 디지털 화폐에 현금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후 현금이 2023년 1월 31일까지만 유효하다고 선언하여 사실상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마지막 수단으로 개인과 사업체의 현금 인출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렸으나 디지털 화폐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나이지리아인들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고 오히려 정부의 금융 정책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거래에서 현금 사용률이 90%에 달하고 있으며 e나이라 채택률은 2022년 10월을 기준으로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CBDC 발행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CBDC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국민의 지출에 대한 제한을 부여할 수 있는 힘을 정부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같은 어젠다의 추진을 위해 육류, 화석연료 등의 구입에 일정 한도를 부여하거나 아예 금지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팬데믹에서 성남시가 긴급재난지원금(또는 기본소득)을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 후 앱을 통해 받을 수 있게 하고 제한업종을 적용하여 시민들의 지출을 통제하는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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