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 돌풍’ 괴담

유럽의 ‘극우 돌풍’ 괴담

데이비드 선더

 

유럽의회에서 ‘극우파의 급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BBC는 선거 직전에 “유럽 극우파 투표 급증…”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6월 5일에 폴리티코는 “극우 세력이 급증하면서 이번 주 유럽의회 선거가 유럽 대륙의 정치 지형을 재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거 후 CNN의 헤드라인 중 하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파가 급증했지만 중도는 여전히 유지”라는 제목이었다. 이러한 종류의 헤드라인은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 실제로 정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함을 드러낸다.

 

우선, 유럽의 정치 시스템에서 극우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지만, 우파에서 새로운 그리고 떠오르는 정당이 일반적으로 ‘극우’라는 이해는 잘못되었다. 예를 들어, ‘극우 돌풍’의 일부로 여겨지는 주요 신흥 정치 단체 중 하나인 ‘유럽보수및개혁당(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의 웹페이지를 방문하면 신나치 구호가 아니라 “시민과 국경 보호”, “회원국의 권리와 주권 존중”,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지구 환경 보호”, “연합의 효율성과 효과 개선”,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에 대한 약속을 볼 수 있다.

 

반동적이고 극단주의적 사상을 찾아 극우로 알려진 이탈리아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와 관련된 정당인 ‘이탈리아의형제들(Fratelli d’Italia)’의 웹사이트를 방문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 웹사이트에는 경제 성장, 더 안전한 유럽, 더 나은 보건 시스템, 가족 지원 및 출산율 증진 정책, 바이오 감시(‘그린 패스’) 반대, 불법 이민 퇴치의 필요성 등 상당히 평범한 정책 목록이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은 이민에 관한 ‘이탈리아의형제들’ 유럽 선거 플랫폼의 한 단락을 번역한 것이다.

그것은 이민을 무기로 삼아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범죄 조직이나 외부 행위자가 아니라 누가 자국 영토에 들어올지 결정하는 유럽이어야 한다. 이민은 합법성의 맥락에서 구조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생명 구조는 망명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보호처럼 의무이지만, 무분별한 수용과 (이주민의) 재분배가 특징인 좌파가 선호하는 모델은 실패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러한 유형의 정책을 ‘극우’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깊은 착각에 빠져 있거나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적 성대의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결심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신 우파(the new right) 정당의 실제 선거 공약은 대부분 무시한 채 신 우파를 이렇게 게으르고 부정직하며 악마화하는 태도는 이제 서구 주류 언론에서 표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극우’라는 용어는 입헌주의에 반대하거나, 광적인 인종차별주의자이거나, 파시스트 이탈리아나 나치 독일과 유사한 권위주의 국가를 수립하려는 정치 집단에게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용어는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을 폄하하는 데 사용되는 값싼 꼬리표로 변질되었다.

 

이 꼬리표는 ‘깨어 있는(woke)’ 또는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지 않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부착되고 있기도 한데, 이러한 입장은 수십 년 전에는 상당히 평범한 것으로 여겨졌었다. 즉, 국가 정체성의 개념을 옹호하거나, 질서 있는 이민 절차를 원하거나, 범죄에 대한 엄격한 법을 옹호하거나, 전통적인 결혼과 성별에 대한 생물학적 표식을 믿거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사전 동의와 같은 시민적 권리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극우’로 분류된다.

 

우파에서 새로운 정당들이 떠오르는 이유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극우’라는 라벨을 붙이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는 유럽 최대 정치 그룹인 ‘유럽국민당(European People’s Party)’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우파 정당들이 많은 전통적인 우파 공약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우파”가 메워야 할 공백을 생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치주의와 제한적 정부는 주류 ‘우익’ 정당의 감시 아래 백신 여권, 봉쇄, 혐오 발언 금지법, ‘친환경’ 세금 및 규제, 시민들이 ‘위험한’ 아이디어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짜뉴스’를 단속 등의 오웰식 아이디어로 대체되었다.

 

구 우파(the old right)는 이민자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대규모 이민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통제되지 않고 무질서한 이민의 유럽을 감독해 왔다. 그리고 법과 질서에 대한 권리에 대한 오래된 약속은 유럽 도시에서 증가하는 범죄 문제에 직면하여 안일함과 무대책에 무너졌다.

 

이로 인해 법과 질서, 질서 있는 이민, 언론의 자유, 친가족적 조세 및 복지 정책, 제한된 정부 등 전통적인 우파 공약을 내세울 준비가 된 정당에 대한 억눌린 정치적 요구가 생겨났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정치적 공백이 지독한 외국인 혐오, 인종 차별, 권위주의적 수사로 채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많은 경우에서 ‘극우’로 치부되는 정당들은 단순히 국경 개방 정책의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난민 제도의 남용을 폭로하고,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고, 친환경 의제가 농민과 일반 시민에게 억압적이지 않도록 조정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광범위한 환경 규제에 반대하는 것이 ‘극단적’인 것으로 간주된다면, 유럽에서는 이제 ‘극단적’인 것이 매우 정상적으로 보인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럽 유권자들이 경제와 전쟁에 이어 이민을 가장 큰 우려 사항 중 하나로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유럽연합 선거에서 녹색당이 71석에서 53석으로 줄어든 저조한 성적은 녹색당의 야심찬 기후 규제에 대한 열정이 많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간단히 말해, 새로운 우파의 핵심 우려 사항인 통제되지 않은 이민과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환경 규제는 실제로 상당수의 유럽 유권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파에서 신생 및 신흥 정당들의 ‘급부상’은 없었다. 그건 온건한 통합에 가까웠다.

 

유럽의 신 우파는 여전히 유럽의회에서 중도주의자와 좌파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 우파의 가장 조직적인 세력인 유럽보수및개혁당, 정체성과민주주의(Identity and Democracy) 그룹은 720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118석에서 131석으로 증가했다. 유럽국민당(Euoprean People’s Party)은 189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좌파에 충분한 동맹을 확보하고 있어 의회에서 계속 주도적인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대안 우파 정당의 부상은 크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마린 르펜의 국민전선이 마크롱의 르네상스당에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우파의 꾸준한 통합은 유럽 유권자들 사이에서 더 엄격한 국경 통제와 환경 규제 완화를 선거 공약의 주요 부분으로 삼는 후보와 정당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 의회의 권력 균형이 근본적으로 뒤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럽 내 여론이 우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유럽국민당과 같은 ‘중도 우파’ 정당이 앞으로 환경에 대해서는 더 부드러운 노선을 채택하고 이민에 대해서는 더 강경한 노선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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