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에 무너진 호주 청정에너지 도시 브로큰힐

폭풍에 무너진 호주 청정에너지 도시 브로큰힐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호주 광산 마을의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외딴 마을인 브로큰힐이 10월 17일의 뇌우로 인해 전력선이 손상된 이후로 정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2주가 넘게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재난을 겪었다.

 

브로큰힐의 정전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호주 전력 기업 중 하나인 트랜스그리드가 브로큰힐을 청정에너지 중심의 마이크로그리드 도시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은 끝난 듯 보인다.

 

10월 17일에 발생한 폭풍으로 7개의 송전탑이 파괴되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다. 비상 상황에서 사용되는 두 대의 디젤 발전기가 있었으나 하나는 디젤로 충전하느라 바로 가동될 수 없었고  다른 하나는 고장이었다. 결국, 하나의 백업 디젤 발전기가 가동될 때까지 전기 공급에 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일부 지역은 48시간 동안 전기가 전혀 공급되지 않았다.

 

하나의 디젤 발전기가 2만 명의 주민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특히 저녁이 되면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정전이 발생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반세기 동안 은광과 아연 광산으로 알려진 브로큰힐은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광산 운영마저 중단되었다.

 

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하자 풍력 발전소와 태양광 발전소는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일부 가정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자체 배터리 없이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폭풍이 지나간 지 10일이 지나 전력 공급이 다소 안정을 찾기 시작했으나 외곽 지역은 여전히 한 대의 비상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야 했다.

 

2021년에 트랜스그리드는 브로큰힐이 외부와 연결된 전력선이 손상되는 경우, 재생 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로 운영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심지어 두 대의 디젤 발전기를 호주 에너지 규제 당국이 해체하도록 허가를 요청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브로큰힐은 재생 에너지 산업의 시범 도시로 선정되면서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친환경 투자를 받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최첨단 압축 공기 에너지 저장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8년에 브로큰힐 시의회는 2030년까지 호주 최초의 탄소 없는 도시가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공개했다.

 

3년 전에 브로큰힐의 시장이었던 다리아 털리는 비상시에 1만 가구에 안정적인 백업 전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배터리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전력 기업인 AGL의 발표를 환영했다. “이는 브로큰힐과 재생 에너지에 큰 기회입니다. 정전이 발생하면 배터리가 작동하는 것을 보게 되실 겁니다.”

 

그러나 10월 16일 자정 무렵에 폭풍이 닥치자 배터리는 꺼졌고, 트랜스그리드가 해체하려고 시도했던 비상 디젤 배터리가 켜질 때까지 브로큰힐의 전 지역이 몇 시간 동안 어둠 속에 있어야 했다. 털리의 후임자인 톰 케네디 시장은 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인정했다.

 

“현재의 재생 에너지가 브로큰힐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일관적인 전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본 부하 전력이 없기 때문에 브로큰힐에는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전하는 터빈으로 생산되는 안정적이고 일관된 기저 부하 공급이 전력망의 주파수를 안정시키고 변동하는 수요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풍력과 태양광에서 동기화된 교류로 직류 전력을 변환하는 것은 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시스템에 투입할수록 어려워진다.

 

전력망의 형태나 운영 방식에 발언권이 거의 없는 브로큰힐 주민들은 주 정부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에너지 전환을 강요했다며 뒤늦게 항의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고 전력망의 안정성은 추락했다. 풍력 발전소, 태양열 발전소, 대형 배터리가 건설되었지만 폭풍을 극복하지 못했다.

 

 

 

Share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