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다음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중동 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미국의 경쟁국인 러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관계 개선은 러시아 외무장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이 9월에 리야드를 방문하고 사우디 국왕인 살만이 10월 4일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표면화되었다.
러시아를 방문한 살만은 러시아의 동맹국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의 교체를 고집하지 않고 사우디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들과 시리아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러시아 또한 사우디 국왕의 러시아 방문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예맨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완화할 것을 시사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수출국들인 이 두 국가들은 2014년 중반에 배럴당 100불을 넘던 유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유가 상승을 위해 생산을 줄이려는 사우디와 생산을 늘리는 러시아 간의 이견이 있었고, 미국산 셰일 가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유가 전망은 이 두 국가들에게 밝지 않았으나 양국의 협력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우디의 살만 국왕은 러시아로부터 35억 불의 무기 수입을 결정했다. 차세대 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트라이엄프와 대전차 미사일 차량인 코넷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공사인 로스아톰과도 약 천억 불 규모의 핵 발전소 16기를 사우디에 건설하는 데 합의했다. 85명의 CEO와 200명의 회사 대표들이 포함된 경제 사절단을 거느린 사우디 국왕은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백억 불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하기도 했다.
올해 9월 19일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2017년 말까지 러시아의 모든 항구에서 벌어지는 거래를 미국 달러가 아닌 러시아 루블로 하도록 법제화할 것을 지시했고, 베네수엘라도 9월에 석유 판매 시 미국 달러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했었다. 중국도 연말까지 석유선물 계약에 미국 달러 대신 금으로 전환되는 위안화를 사용할 것을 준비 중이다.
CNBC는 “중국이 달러의 지배에 대항하는 커다란 도전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 칼 와인버그는 중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원유 판매 시 미국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도록 강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는 석유를 위안화로 가격을 매기는 시기가 오고 있으며, 중국이 사우디에게 강요하고 사우디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머지 석유시장이 따라갈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