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여러 거대 기업들과 손잡고 온라인의 익명성과 사생활 보호를 파괴할 수 있는 콘텐츠 추적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몇몇 파트너 기업들과 콘텐츠 검증 및 인증 연합(C2PA)을 결성한다고 밝혔다. 이 연합이 하는 일은 간단히 말해 영상, 문서, 오디오, 이미지 등 인터넷 상의 모든 콘텐츠를 추적하여 원저자까지 도달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MS 오피스 등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이 연합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포토샵, 일러스트, 아크로뱃, 프리미어 등의 제품으로 잘 알려진 어도비, 스마트폰에 사진이 촬영되는 순간부터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트루픽(Trupic), 컴퓨터에서 진행되는 모든 작업을 처리하는 중앙연산장치(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이 있다.
이들 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고 개인 제작자에 대한 콘텐츠 정보와 추적 기술을 공유함에 따라 온라인 상의 익명성과 사생활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심지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가 공유를 꺼리고, SNS에서도 공유 문화가 위축되는 간접적인 검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도 자료에서 콘텐츠 검증 및 인증 연합을 결성하는 이유가 거짓과 위조를 포함한 가짜 콘텐츠가 확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거대 기업들의 온라인 상의 진실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은 콘텐츠 검증 및 인증 연합이 최초가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을 앞두고 AP,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CBC 등의 주요 서방 언론사들와 통신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거대 테크 기업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 오리진’을 결성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표방한 프로젝트 오리진은 언론사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붙여 SNS 공유 시 콘텐츠의 추적을 가능하게 했다.
작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 검색 엔진, 앱스토어 상에서의 대규모 검열은 가짜뉴스, 증오 등의 명분을 이용해 네티즌의 온라인 상의 자연스러운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온라인 상의 담론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서 조지 오웰이 1949년에 발표한 소설 ‘1984’가 아마존 베스트셀러 정상에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