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가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지금까지 약 6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아이슬란드는 누적 확진자 수가 전체 인구의 2%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 피해가 큰 국가다. 아이슬란드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탈리아,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덴마크, 노르웨이까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을 중단한 국가는 8개국이 됐다.
이 국가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 이유는 접종 후 발생하는 혈전 부작용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의 수가 30명을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가장 최근에는 덴마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서 혈전으로 인해 한 명씩 사망했다.
지난 13일 노르웨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제품을 접종받은 의료진 3명이 혈전 형성이 발생하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50세 미만인 이들은 출혈과 혈전, 혈소판 감소 등 희귀한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노르웨이 의약국의 시구르드 호르테모 박사는 유럽의약품청이 백신과의 관련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1천만 건이 넘는 자료를 분석했지만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자사 백신이 혈전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아직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의 잇따른 백신 접종 중단 사태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같은 부작용 사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구 사회전략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특정 일련번호의 도트 생산과 관련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의 벡신 접종을 위탁 생산하고 접종까지 실시하고 있는 인도는 아직까지 혈전 부작용 국내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다음 주부터 심층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태스트포스 자문을 맡고 있는 N. K. 아로라 박사는 12일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71명을 포함한 234건의 이상 증상이 발생했으나 백신과의 인과 관계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한국의 SK 바이오, 인도의 인도 세럼 연구소에서 3억 회 분을 생산해 빌 게이츠의 코백스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145개국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위트와테르스란트 대학은 지난 2월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을 분석한 후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 대한 효능이 21.9%에 불과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변종에 대한 효능 문제도 드러났다. 위트와테르스란트 대학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참여자 중에 남아프리카 변종에 감염된 사람이 39명 있었다고 지적했다. 39명 중 위약을 접종받은 사람이 20명, 실제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19명인 걸 고려하면 남아프리카 변종에 관한 백신의 효능이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의약품청(EMA)에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덴마크 인민당의 부총재인 에스터 드 랑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신뢰할 수 없는 중고차 판매원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로부터 믿을만한 데이터를 얻는 건 여전히 힘듭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효능이 ‘거의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다른 코로나19 백신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미국 유타주의 39세 여성인 카시디 쿠릴이 모더나의 백신을 두 차례 접종받고 4일 뒤 사망했다고 솔트레이크 시티 방송사인 2KUTV가 보도했다. 그녀는 지난 5일에 사망하기 전 9살인 딸에게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어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원인을 찾기 위해 부검이 예정되었다.
첫 번째 접종 후 전혀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던 쿠릴 씨는 두 번째 접종 직후 접종 부위부터 아프기 시작하면서 물을 많이 마셔도 소변을 볼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다음 날 상태가 호전되기도 했다.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백신을 맞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직업 때문에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응급실에서 검진을 받았을 때 몸 상태는 이미 매우 좋지 않았고 특히 간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나 의사들은 원인을 찾지 못했다.
쿠릴 씨의 부검을 실시한 유타주 보건부 소속의 에릭 크리스텐슨 박사는 백신이 그녀의 사망에 ‘일시적으로 관련되어(temporally related)’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시점에 백신과 사망과의 관련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걸 암시하는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