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에 거의 언급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과사망이고 다른 하나는 출산율(TFR) 감소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한 명의 여성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자녀의 수가 2021년의 0.81명에서 2022년에는 0.78명으로 추가 하락하면서 압도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출산율 저하로 인해 존재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국가들은 가임 세대의 출산 장려를 위해 주택과 육아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까? 물질적인 지원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4월 21일 기사 “세계적인 베이비 붐의 원인이 또래 압력의 영향일까?”라는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한 소도시의 사례로 시작한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뿐만 아니라 한국 등의 외국 대표단은 출산율 2.68명으로 일본 전국 평균인 1.3명을 압도하는 ‘기적의 도시’ 나기를 방문했다. 그들의 높은 출산율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나기는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도시와 합병을 고려했으나 주민 투표 끝에 독자적인 생존을 선택했다. 일단 시의원의 수를 줄이고 시 보조금을 줄여 약 1억 6천만 엔(약 15억 6천4백만 원)을 확보했다.
이 재정 자원을 기반으로 아동 양육 지원을 시작했다. 초중학생들을 위한 무료 교과서 및 학습 자료 제공과 고등학교까지 무료 의료 서비스를 약속했고 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 한 명당 24만 엔(약 234만 6천 원)을 지급했다.
‘나기 어린이집’ 보육 시설도 열었다. 시가 어린이집 교사를 이미 아이를 키운 지역 주민으로 채용하자 시설은 부모들이 자녀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나기가 ‘육아를 지원하는 도시’라는 명성을 얻자, 곧 유입되는 젊은이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사망이 증가했지만 높은 출산율 덕분에 나기의 인구는 소폭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나기는 이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집을 짓는 등 젊은 세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 당국의 목표는 한 가구 당 평균 세 명의 자녀를 갖는 가정을 조성하는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물질적 지원 외에도 사회적 분위기 또는 ‘동료 효과’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버클리 대학 경제학자 조지 아켈로프의 연구는 교육, 차별, 결혼, 이혼, 출산, 범죄가 주변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기사의 저자인 피터 코이는 말한다. “아마도 나기의 다른 사람들이 아기를 낳고 있기 때문에 나기의 사람들이 아기를 낳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가족, 친구, 그리고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코이 씨는 추가적인 근거로서 미국 십 대에 대한 제이슨 플레처와 올가 야쿠셰바의 연구에서 급우의 임신이 10% 증가할 때 반 친구들의 임신이 2~5% 증가한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독일 매체 언허드는 핀란드의 소도시 라르스모(Larsmo)의 예를 소개하고 있다. 복지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속한 핀란드는 작년에 출산율이 1.32명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핀란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라르스모는 전국 평균 출산율의 두 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곳은 루터 교회의 부흥주의 분파인 라에스타디아 운동의 거점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복지 수준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하고 있는 핀란드에서 라르스모의 높은 출산율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라르스모의 높은 출산율의 비결은 평범한 삶과 가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