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배상 판결을 받은 트럼프

성폭력 배상 판결을 받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주장한 여성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일부 패배했다.

 

패션 잡지 엘르(Elle)의 작가이던 E. 진 캐럴(79세)은 1996년에 뉴욕시 5번가에 위치한 버도프 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작년에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주 맨해튼 배심원단은 성폭행이 아닌 성폭력을 인정했고 캐럴의 주장에 대해 ‘날조’, ‘사기’라고 대응한 트럼프가 그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은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관적으로 혐의를 부인해왔고 피해를 주장하는 캐럴은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캐럴은 성폭행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법정을 나오면서 만족해 했다. “우리는 정말 기쁩니다.”

 

캐럴의 변호사인 로버타 캐플런은 일부 승소 후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모든 피해자들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그녀에게 총 5백만 달러(약 66억 5천만 원)를 지급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논란이 되는 주된 이유는 유죄 판결이 전적으로 피해를 주장하는 한 명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상대에게 거짓말이라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 명예훼손이 되기에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법정에는 캐럴과 두 명의 지인이 증언을 위해 나섰고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트럼프는 참석하지 않았다. 캐럴은 사건이 벌어진 당시 백화점을 나가던 중 트럼프를 발견했고 트럼프가 선물 사는 걸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백화점 6층 란제리 매장에서 트럼프가 속이 비치는 옷을 입어볼 것을 제안했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그녀에게 트럼프가 다가와 벽에 강하게 밀어붙인 채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캐럴은 지인인 기자 리사 번바크, TV 앵커 캐럴 마틴에게 전화하여 경찰 신고를 부탁했으나 트럼프의 협박을 받은 그들은 신고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캐럴은 트럼프의 변호사 조 타코피나가 탈의실에서 소리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타코피나 씨, 저는 1943년에 태어났습니다. 저는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입니다. 저와 같은 여성들은 불평하지 않고 고개를 들도록 배우고 훈련받았습니다.”

 

“제가 경찰서에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제 나이 또래의 사람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결코 경찰을 부르도록 교육받은 적이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느니 차라리 무슨 짓이든 했을 겁니다.”

 

“정말입니다. 그는 제가 소리를 질렀든 안 질렀든 간에 저를 강간했습니다!”

 

뉴욕주에서 성폭행에 대한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5~7년이고 민사 소송도 20년이다. 그러나 캐럴이 주장하는 성폭행은 거의 27년 전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성립되지 못한다.

 

그러나 뉴욕주는 작년에 새로운 법을 통해 성폭력에 대한 민사 소송 기한 제한을 없애면서 20년이 지난 피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일시적인 1년의 기회를 부여했다. 이 기회는 올해 11월까지 유효하다.

 

게다가 소송 비용을 대납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송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캐럴의 소송 비용을 책임진 억만장자 리드 코프먼은 링크드인의 설립자로 민주당 기부자이다.

 

코프먼은 미성년자 마사지사를 고용해 유명인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제프리 엡스타인이 소유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섬을 2014년에 방문한 인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빌 게이츠 등과 함께 엡스타인의 맨해튼 저택에서 밤샘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고 보도한 일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렸다. “저는 이 여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 판결은 불명예입니다. 역사상 가장 커다란 마녀사냥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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