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기간이 3년이 걸린 미국 정보부의 기밀 문건들이 4월 12일에 공개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에 공개를 명령한 ‘아르헨티나 기밀해제 프로젝트’는 본래 근대사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의 인권 침해를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수만 건의 문서들이 한 번에 공개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을 담은 기록이 확인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고 있는 건 CIA가 미군, 그리고 프랑스, 영국, 서독,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던 ‘콘도르 작전(Operation Condor)’이다. 칠레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휘트니 웹은 “콘도르 작전은 CIA가 좌익와 좌익으로 의심되는 자, 그리고 이들의 동조자들을 겨냥한 작전으로 약 6만 명이 실종, 고문, 살인을 당했고 약 50만 명이 정치 사범으로 투옥됐습니다”고 설명한다.
CIA는 1975년에 시작된 콘도르 작전을 통해 총 6개의 남미 국가들(칠레, 브라질, 우루과이, 볼리비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에 친미 정권을 새로 세우는 데 성공했다. 작전 말기에는 이스라엘이 무기 판매와 교육 등과 같은 중요한 역할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언론사인 가디언은 콘도르 작전을 가리켜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의 독재 정부들이 서로의 영토에 있는 좌익 게릴라 단체들의 소속원들을 납치하고 암살하도록 공모한 비밀 프로그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이 작전 중에 고문받고, 투옥되고, 사망한 피해자 중에는 게릴라 소속이 아닌 대학생, 음악가, 작가, 언론인, 종교인, 임산부, 교사, 원주민 지도자, 조합원 등 수천 명의 기록이 존재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 작전으로 사망한 최대 6만 명의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은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CIA가 1970년대에 남미에서 진행한 외국 정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콘도르 작전은 당시 ‘공산주의와의 전쟁’으로 불렸고, 미국의 정권 교체 작전은 2001년에 들어서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름을 바꿔 최소 3개의 중동 국가(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진행됐다.
알제리 태생의 캐나다인 저술가 아흐메드 벤사아아다가 2011년에 발표한 책 ‘미국의 아라베스트: 아랍 거리의 혁명에서의 미국의 역할(Arabesque$: Enquête sur le rôle des États-Unis dans les révoltes arabes)‘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었던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민중의 자발적인 봉기로 알려진 ‘아랍의 봄’의 배후에 CIA와 미국의 거대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