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무상인 아소 다로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최대 4조 엔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제안하고 5월 5일부터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 개발은행 연례총회에 참석한 아세안 국가들의 금융계 대표들과 협상을 시작한 결과 말레이시아, 태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을 발표했다.
일본은 기존에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인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폴,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말레이시아, 태국의 중앙은행을 통해 일반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에 달러와 엔화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며, 체결 국가들은 금융 위기 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동남아 국가들은 1997년 아시아에 금융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의 심각한 약세를 겪었고, 그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절하된 자국 화폐로 거래를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경험했다. 2008년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로 시장에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달러 의존에 대한 위험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아세안 국가들이 원하는 경우 엔화를 통화 스와프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2016년 후반기 동안 일본 회사들의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수출 거래에서 엔화의 사용이 달러 대비 48%를 차지했으며, 실제로 일본의 많은 중소기업들은 외국 통화가치의 변동 때문에 엔화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통화 스와프를 먼저 제안한 데는 다른 속내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를 기준으로, 전 세계 국가들의 외환 보유고에서 엔화가 차지한 규모는 4.21%로 중국 위안화의 1.07%를 크게 앞서고 있으나 싱가폴과 필리핀이 지난해 외환보유고에 위안화를 추가하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태국이 중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자 일본은 커지는 위안화의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