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BBC – 기밀 해제된 영국 외무부의 프로파간다 계획안)
1960년대 말 냉전 시대에 영국 정부가 반소련 선전물을 퍼트리기 위해 영국의 뉴스 통신사인 로이터에 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1월 13일에 기밀 해제된 외무부 기밀 문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금 지원을 숨기기 위해 국영 언론사인 BBC를 통해 당시 로이터 그룹에게 돈을 몰래 지원했다. 로이터는 영국 정부의 자금을 반공산주의 선전물을 제작하고 로이터의 활동을 중동과 중남미 국가들로 확대하는 데 사용했다.
당시 로이터 그룹은 BBC로부터 뉴스 공급 지급액이 인상된 것으로 꾸며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돈의 출처를 숨길 수 있었다. BBC는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1948년에 만들어진 정보 연구부를 통해 반공 선전물을 제작했다. 정보 연구부 관계자는 BBC 고위층과 영국 정부 사이에 교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뉴스 통신사가 영국 정부와 BBC가 손을 잡고 제작한 정치 선전물을 대중에게 보도했다는 데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집트의 중동 통신, 소련의 타스 통신, 프랑스의 AFP는 로이터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 대신 계산된 조작 보도를 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당시 외교관들의 증언도 확인되었다.
당시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해외 취재 및 보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로이터와 프로파간다 지원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았던 영국 정부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고 BBC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의 대변인 데이비드 크런드웰은 당시의 거래가 언론의 신뢰라는 원칙을 따르지 않았음을 인정하지만 “현재는 이걸 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성명에서 강조했다.
BBC는 영국 정부로부터 매년 35만 파운드를 받아 1970년까지 4년 동안 로이터에 제공했다. 당시 BBC의 국제 방송 책임자였던 찰스 쿠란은 매년 3만 파운드가 넘는 돈은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처음에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은 영국 정부의 제안을 직접 승인했다. 찰스 쿠란은 1974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쿠란 경’이 되었다.